[이슈 인 심리학] 알파고와 이세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전쟁
심리학 용어 중에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는 1865년에 영국의 옥스포드 크라이스트처치대학교의 수학 교수였던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 쓴 유명한 소설 작품인 'Al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 작품이었던 1871년도 '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거울을 통하여)'에 등장하는 여왕 인물을 가리켜 레드퀸 효과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 레드퀸 여왕과 책 내용의 주인공인 앨리스(Allice)는 숲을 미치도록, 죽을 만큼 열심히 뛰고 달려보지만 아무리 뛰고 달려도 제자리 걸음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서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고 말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앨리스가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왜 앞으로 가지 않나요?"
이렇게 물어본 앨리스에게 레드 퀸 여왕은 대답한다.
"바보야. 그건 당연한거야. 최선을 다해 뛰어야 제자리에 머무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빨리 뛰어야 돼!"
이런 시각이 발전해서 이 레드 퀸 용어는 생물학과 경제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보면서 기계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들의 노력과 힘은 지속해서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레드 퀸 효과에 빠질 것이라는 결과에 이른다. 인공지능을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속도와 능력에 맞춰 따라가야 하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뛰고 달려도 다다르거나 넘어설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늘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정체된 듯한 자신들의 모습에 마음은 지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인 디지털과 사람인 아날로그의 만남은 어긋난 만남에 해당한다. 아날로그(Analogue)의 어원은 '유사성'이다. 즉 '비슷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노력한 자와 노력하지 않은 자가 '성실함'과 '노력'의 기준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정직한 땀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Digital)의 어원은 '숫자(digit)'다. 정확하기 0과 1로 존재하는 세계다. 짜여진 판의 세상이다. 어긋나면 안된다. 노력과 성실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0과 1의 세상 속에 끼어서 감정없이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아날로그는 자를 수가 없고, 디지털은 자를 수가 있다. 파도와 바람 그리고 마음은 자를 수가 없다. 하지만 돈, 숫자, 기계는 자를 수가 있다. 아날로그 시대 때는 식당에서 밥 한 공기를 달라하면 애매하게 고봉으로 줬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시대에는 공기밥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아날로그 시대 때는 마음을 전달하려면 편지로 써서 최소 하루가 혹은 며칠이 걸렸다. 편지지 고르는 시간과 상대방이 좋아할 글씨체까지 생각을 하며 썼다. 하지만 지금은 1초 만에 감정을 키보드에 전달된다. 더 무서운 것은 절달되는 속도만큼 잊혀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은 편하고 용이하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은 사람들은 스마트(smart)한 세상이라고 부른다. 똑똑한 세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전에 smart는 똑똑하다는 뜻 말고 '아프다'라는 뜻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편하고, 쉽고, 용이하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마음의 아픔'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_이재연(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