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담학신문/가족심리학

[가족심리학]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낯선 단어로 남기도 합니다.

느루독서심리연구센터(010-2788-3025) 2018. 3. 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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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상담학신문(261-21-00636)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부부들이 많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새벽녘과 황혼 녘밖에 없고, 그나마 보고 싶은 마음도 이미 눈물비로 젖어서 계절은 봄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마음은 늘 겨울입니다.

2013년에 임상심리학자인 리안 블로흐(Lian Bloch) 박사는 감정조절이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 연구해서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감정조절은 결혼만족도를 예측한다: 아내들의 이야기 이상으로(Emotion regulation predicts marital satisfaction: More than a wives' tale)'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40-50세 부부에서 60-70세 부부까지 총 156쌍의 부부를 13년간 종단연구로 관찰실험을 했습니다. 



리안 블로흐 박사는 부부들을 4년 주기로 부부들을 초대해서 서로의 감정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지나간 기간 동안 마음이 상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부부가 서로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들을 연구했습니다. 부부가 서로 다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툼 이후에 어떻게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지에 대해서 연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부들에게 나타난 공동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내의 화해법과 남편의 화해법이 달랐던 것입니다. 남편보다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먼저 다투던 것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풀어서 없애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남편은 다툼이 있는 날에는 아내에게 다가가거나 다툰 상태를 매듭짓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에 있어서 서툴렀습니다. 즉 아내는 부부의 다툼을 풀고 화해하는 데 성숙하고 남편은 미숙했습니다. 



남편들은 부부다툼을 한 후,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시간을 가지거나 왜 싸우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보다는 다툰 상황을 은근 슬쩍 넘기려고 하거나 입을 닫아버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냥 다퉈서 서로 서먹서먹한 관계를 지속하지 않게 빠르게 마무리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이나 행동을 불분명하게 하고, 대충 여러 가지를 뒤섞으며 넘기려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아내보다 남편이 다툰 상황을 이끌게 되면 결국 다툼은 점점 오해를 쌓게 되고 마음만 아픈 결과를 가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퉈서 감정이 차분히 내려가지 않고 감정 조절이 안 될 때라도 행동을 들뜨지 않게 차분하게 그리고 숨김없이 감정을 서로 나눠야 합니다. 부부싸움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닙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서로가 느낀 감정을 알려주고 상대의 감정을 알아가면서 다툼을 마무리해야 배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대부분 남편보다는 아내가 앞서서 기분을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부부사이에서 다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툼 이후에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나눈 부부들은 다툼 이전보다 오히려 관계가 더 깊어지고 결혼생활만족도(marital satisfaction)도 높았습니다. 



연인이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는 순간, 둘 가운데 늘 존재했던 사랑이 데뷔한 날 은퇴하기도 하는 웃픈 일을 자주봅니다. 사랑이 둘 사이에서 잊혀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지만 결국 사라진 후 나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낯선 단어로 남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서 말입니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두워지고 흐려지려해도 부부의 마음 사이에는 환하게 빛나는 촛불을 절대로 꺼트리면 안 됩니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불빛이 남아 있어야 잠에서 깨어나 뒤척이는 '사랑'이 어두워 길을 잃지 않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걸어갈 수 있게 빛을 비춰줄 수 있습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표
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스트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저서)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우리아이마음설명서(지식과 감성, 2018)
        심리학 편지(지식과 감성, 2017)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가족사용설명서(지식과 감성, 2016)
        자녀의 자아에 사랑을 더하다(지식과 감성, 2016)
        이슈 인 심리학(글로벌콘텐츠, 2015)

-한국상담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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