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심리학] 직선으로 말해야 하는 단 한 단어가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상담학신문(265-21-00636)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한 문장 씩 읽어갈 때마다 마음과 눈이 쉬어갈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심한 우울이 품었던 신체는 타인을 만나지 말라고 귓속말을 합니다. 큰 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작은 소리로 전달하는 것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법입니다. 웅크리고 앉아 있다 보니 맘껏 펴보지 못한 몸도 아침이면 늘 온몸이 젖어있습니다. 땀과 우울이 뒤범벅이 되어 우울과 싸운 것입니다. 현실과 우울 사이에서 놓인 다리 위로 늘 비가 내려 건너가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2000년에 뉴욕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닐 볼거(Niall Bolger) 교수, 시카고 국제조사기구 아담 주커만(Adam Zuckerman), 그리고 하버드 의대 건강관리정책부 로날드 케슬러(Ronald Kessler)는 사회심리학 저널에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대한 지지와 충고(Invisible support and adjustment to stress)'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들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99명의 참가자를 모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법을 공부하는 연인들이었습니다. 연인 중 한 사람이 변호사 시험을 치러야 하는(taking the test)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상대방의 지지와 충고가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심리적으로 마음이 어렵고 곤란한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인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스트레스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각자의 연인이 전달하는 충고와 지지가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습니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진심으로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는 충고와 조언을 해 준 날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스트레스의 기준은 충고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것을 듣는 사람의 마음이 기준입니다. 눈에 보이는 조언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태도와 부드러운 전달력이 충고와 조언을 듣게 되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것입니다.
충고나 조언을 할 때, 상대가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 어떠한 위로도 의미 없는 소리의 옷을 입게 됩니다. 공허한 울림으로 한쪽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마음 깊은 곳까지 절대로 도달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다 겪어봐서 나는데' 또는 '내가 그거 아는데'라는 태도로 갑의 위치로 올라가려는 순간, 들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는 부족한 사람이구나', 혹은 '나는 부족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특이한 점은 기록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충고한 사람은 자신이 상대에게 충고했다고 기록했지만, 충고를 들은 사람은 기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서로 기록이 일치하지 않은 날이 스트레스가 가장 낮은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바로 '보이지 않는 지지와 충고(invisible support and adjustment)'를 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지를 해주고 충고를 하는 방식이 직접적이지 않고 상대방이 거의 알듯 모를 듯 돌리고 돌려서 최대한 부드럽게 곡선으로 전달했을 때, 상대방은 스트레스가 가장 낮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달 방식이 가장 의미 있는 전달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의 마음까지 내 생각과 진심이 달려가 닿으려면 직선이 제일 빠르긴 하지만 절대로 도달하지는 않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들을 열고 또 열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을 벌컥 벌컥 열면 그다음에 있는 문은 단단히 잠겨져 버립니다.
'이렇게 하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니.'라는 식의 말은 전달하려는 측에서는 시원하고 강하지만, 듣는 측에서는 '넌 몇 번이나 이야기해도 너는 못하는 사람이야.'처럼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고 스스로에게 수치감을 느끼게 만드는 결과를 가지게 됩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매일 주고받는 말과 행동, 그리고 가족이 서로에게 매일 건네는 표정과 행동 모든 것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머리와 가슴에 저장됩니다. 그 수 억장의 사진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시도 때도 없이 드라마나 다큐처럼 영상으로 방영됩니다. 혼자 있거나 외로울 때 더더욱 오랜 시간 방영이 됩니다. 마음에 새기고 재생시키는 아픔은 우울의 방에서 현실로 나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은둔을 꿈꾸는 사람은 없습니다.
직선으로 말해야 하는 단 한 단어가 있습니다. '사랑해' 뜸 들이지 말고 가족에게 매일 삼시 세끼 밥 보다 더 많이 먹여주어야 합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표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장(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160 1층)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스트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저서)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우리아이마음설명서(지식과 감성, 2018)
심리학 편지(지식과 감성, 2017)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가족사용설명서(지식과 감성, 2016)
자녀의 자아에 사랑을 더하다(지식과 감성, 2016)
이슈 인 심리학(글로벌콘텐츠, 2015)
*책 구매 문의: loving30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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