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이 가족의 수명까지 단축시킵니다.
이 글은 한국상담학신문(265-21-00636)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기침이 목을 간질일 땐 은근히 걱정이 돼서 바로 감기약을 찾지만, 우울이 마음을 간질일 땐 대놓고 무시하며 지나가 버리는 것이 많은 부부들의 습관입니다. 분명 결혼해서 살아가지만 정서적으로는 혼자 사는 것 같은 설움을 지나가는 계절에게, 흘러가는 바람에게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에게 아무리 설파해도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누군가 내 돈 10원이라도 안 갚으면, 등뼈라도 뽑아간 듯 꼼짝 못하고 누워 견디질 못하며 정신까지 혼미해지면서도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데도 못 들은 체 아무렇지도 않은 채 철벽을 온 마음 곳곳에 쳐버립니다. 마음이 괴롭고 머리가 아프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화해할 것은 하고 최소한 타협이라도 하라는 신호임에도 등 돌려 스스로를 무시하고 치를 떠는 습관만 들었습니다. 자존감(self-respect)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삶의 기초인 자존이 부부의 관계를 통해서 낮아지게 되는 기이현상이 늘어갑니다.
2018년 행동의학(Behavioral Medicine) 저널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연구팀이 '부부의 말다툼이 오래 이어지는 경우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무릅관절염 환자 145명과 반려자 그리고 당뇨 환자 129명과 반려자를 참가자들로 해서 실험을 시행했습니다. 연구 기간 중에 실험참가자들로 하여금 어떤 기분인지, 증상의 심각성 그리고 배우자와의 긍정/부정 상호반응에 대해서 기록을 하도록 했습니다. 무릎관절염 환자 부부는 22일간 기록을 하게 했고, 당뇨병 환자 부부들은 24일간 기록을 하게 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 부부의 갈등이 질환이 있는 배우자의 통증을 심하게 만들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무릎관절염 환자들은 부부의 갈등을 통해 신체적 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당뇨 환자들의 경우 합병증의 위험 수치가 높아졌습니다. 이 연구는 단기적인 부부의 사소한 말다툼이 건강에는 어떤 상관성과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냈습니다.
부부는 어떻게 사소한 싸움을 줄일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대화의 깊이와 넓이에 해답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부부의 대화는 바다처럼 넓고 깊어야 합니다. 상대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주고 나의 생각과 마음에 있는 수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합니다. 각자가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께 명확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보고 듣고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어른이 되었어도 부모가 그랬듯 표현에 서툴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감정이 올라올 때는 감정을 낮추고 생각을 높일 수 있도록 각자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실제로 감정적인 말다툼을 할 때, 단 30초라도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관계 형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가지면서 감정만 내려도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생각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가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감정 덩어리의 상태에서는 절대적으로 '나'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며 주관적인 해석과 표현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휴식과 잠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나의 입장에서 반려자의 입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나의 잘못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하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부부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히 겪어야 하는 순간들입니다. 긴 결혼생활의 다리에서 순간순간 건너가야 하는 디딤돌인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의 갈등을 통해 '타협점'을 찾고 이전 보다 더 많이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발전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갈등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보통 싸움이 지속되고, 내 아내와 남편이 타인보다 못하다고 단정 짓게 되는 부부의 대화를 살펴보면 갈등의 중심 내용에 집중해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화나 분노를 풀어나가는 방법에서 표정이나 손짓 하나에 감정이 틀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의 중심을 온전히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전반적인 태도(attitude)라는 곁다리로 빠져서 대화를 단절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의 갈등해결은 더더욱 부부의 대화 시간을 짧게 만들어 버립니다.
다섯 번째는 부부의 문제를 넘어가는 주제는 부모나 자녀의 문제라도 제3의 문제로 여겨야 합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서로의 부모가 더 중요하다는 감정만 강해집니다. 시댁, 친정, 돈, 자녀의 이야기도 순수하게 부부의 사랑과 존중의 내용을 벗어난 제3의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제3의 문제가 부부의 관계를 깨트리고 악화시키는 장본인들이 됩니다. 둘의 관계를 제3의 문제로 생채기 내면 낼수록 나중에 그것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좀 많이 아픈 마음을 이끌고 자식만큼은 키워 놓고 혼자 앓자고 무리해서 견디고 참으며 걸어가면 나중에는 결국 더 많이 아프게 됩니다. 슬픔과 절망과 우울만이 나를 반깁니다. 남아 있는 날들의 햇살을 죄다 끌어다 덮어도 슬퍼서 울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 타고 재만 남은 척 살아갈 뿐 기약을 기다리는 부부로 살아가면 안 됩니다. 햇살 비치는 봄에는 푸릇한 대화를 하고, 뜨거운 여름에는 따뜻한 말로 서로를 감싸고, 하늘 높은 가을에는 하늘만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눈 내리는 겨울에는 품었던 상처를 벗어 내려놓는 대화를 나눠야 한 해의 사랑이 대화의 무지개로 결이 맞춰집니다. 미운 생각도 섭섭한 마음도 '대화'를 통해 다 덮어버릴 수 있는 기술이 부부에게는 필요합니다. 하루에도 사소한 일들로 출렁이는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대화입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표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장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트스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저서)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우리아이마음설명서(지식과 감성, 2018)
심리학 편지(지식과 감성, 2017)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가족사용설명서(지식과 감성, 2016)
심리학 이슈로 답하다(지식과 감성, 2016)
자녀의 자아에 사랑을 더하다(2016)
이슈 인 심리학(글로벌콘텐츠, 2015)
행복한 심리상담 연구소 - 심리학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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