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한국상담학신문(265-21-00636)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행동의 방향을 바꾸면 습관이 변하는 것처럼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살아가는 이유가 만들어지고 지금보다 훨씬 괜찮은 날들의 퍼즐이 맞춰지게 됩니다. 백 명 천 명을 기쁘게 해주는 것보다 나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내 안에 나의 부재가 머리와 심장을 관통하는 날. 자괴감과 허무감으로 늘 하던 밥 먹는 행동조차 의미를 찾지 못하고 시간이 멈춰버리기도 합니다. 행복의 손길이 마지막으로 닿았던 시간을 더듬고 더듬어서 찾아야 비로소 먼지를 털어 펼치는 낡은 책처럼 꼭꼭 숨어 있는 기억을 꺼내 한두 단어의 기쁨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2019년 3월 11일 미국 텍사스 대학교의 심리학과 루이스 피콕(Lewis Peacock), 트리이시 왕(Tracy Wang)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카테리나 플라섹(Katerina Placek) 교수는 '적을수록 더 좋다: 원하지 않는 기억의 증가된 처리는 망각을 쉽게 한다(More is less: increased processing of unwanted memories facilitates forgetting)'라는 논문을 신경과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논문에서는 일반 성인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기억하거나 혹은 잊으라(forgetting)고 지시했습니다. 사진은 두 종류였습니다. 하나는 풍경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인물사진이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MRI로 뇌를 촬영해서 관찰했습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풍경 사진은 잘 잊었던 반면에 사람 얼굴이 있는 사진은 잘 잊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얼굴과 풍경을 볼 때, 감정을 사용하지 않은 풍경 사진은 망각이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적절함입니다. 뇌를 강하게 활동시켜서 기억이 강화되고 활동을 줄여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의도적으로 잊으려고 하는 것은 반대로 잊히지 않게 만드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서 과거의 괴로운 기억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2017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연구에서도 새로운 기억은 오래된 기억 위에 포개져서 이전 기억으로의 접근을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더 현명한 결정을 위해서는 기억과 망각이 함게 작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억력만 좋은 것도 많이 잊는 것도, 어느 한쪽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지혜롭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억과 망각의 균형이 중요한 것입니다.
망각의 눈으로 덮어 놓은 시간이 이토록 아프고 눈물겨울 줄 모르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미처 가슴에 전하지 못한 어휘들을 모아서 과장법으로라도 던져서 꽃잎이 나풀거리며 돌아다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벌레처럼 파고드는 슬픔 한 조각조차 기억 공간에 들어오면 망각이 달려가 설득해서 내 보내야 합니다. 반대로 불투명한 삶인데도 웃음으로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기쁨이 샘솟도록 머리를 단숨함에게 내어주어야 합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표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장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트스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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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편지(지식과 감성,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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