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심리학] 마음의 파도가 일고 절망의 사이렌이 울려도
서로에게 시시콜콜 모든 것을 표현해야 가족입니다. 침묵하는 가족은 슬픔을 서로의 가슴에 박아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눈물을 넘치게 만듭니다. 비움과 채움이 반복되면서 겨울도 가고 봄이 오는 것인데, 비움만 반복되는 눈물은 우울을 음료 마시듯 겨울 속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사랑도 이해도 늘 눈과 입 속에서 태어납니다. 가족이니까 침묵의 벽을 뚫고 마음까지 걸어 들어와 힘든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지만, 착각입니다. 잠자고 있는 입과 졸고 있는 눈을 깨워야 합니다. 눈을 통해 햇살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별 하나 빛나지 않는 어두운 인생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걸어가면서 알아차립니다. 가족에게 받은 빛나는 말들이 내 안에서 나의 앞길을 밝힌다는 사실을.
심리학에는 카멜레온 효과(Chameleon effec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1999년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타냐 샤트란드(Tanya Chartrand)와 존 바르(John Bargh) 교수가 '카멜레온 효과: 인지-행동의 연관성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The Chameleon Effect: The Perception-Behavior Link and Social Interaction)‘이라는 논문을 성격사회심리학회에 발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78명의 참가자들에게 연구 조교와 사진을 보며 15분씩 개인적으로 사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하나는 연구 조교를 둘로 나눠서 한쪽은 대화 중에 코를 긁는 행동을 하게하고, 다른 한쪽은 다리를 떨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코를 긁는 조교를 따라서 코를 많이 긁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다리를 떠는 조교와 이야기 했던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많이 떨었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반대로 한 연구 조교에게는 참가자들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다리를 꼬는 등의 행동을 따라하게 했고, 다른 조교에게는 참가자들의 행동을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후에 참가자들에게 조교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조교가 자신들의 행동을 따라한 참가자들은 따라하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평가가 높았습니다. 더 상냥하고 친절하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즉, 타인이 나와 같은 행동을 하면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타인이 나와 유사한 행동과 표정, 말투를 사용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정서적인 일치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 카멜레온 효과라고 합니다.
1986년도에는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교의 자넷 비빈 바벨라스(Janet Beavin Vavelas) 교수와 밴쿠버 아일랜드 대학교 제니퍼 뮬렛(Jennifer Mullett) 교수 연구팀이 ‘내 감정을 당신께 보여줄께요: 의사소통적 행위로서 운동성 모방("I Show How You Feel": Motor Mimicry as a Communicative Act)’이라는 논문을 성격사회심리학회에 발표했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연구자가 힘든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대로 일그러진 얼굴을 따라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위에 두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행동과 표정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를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학습되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엄마와 아빠의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수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기에게 모유나 음식을 주려고 할 때, 엄마가 아이를 보면서 입을 벌리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부모의 몸짓과 손짓 그리고 눈짓이 아이의 온몸에 스며들게 됩니다.
카멜레온의 특징은 빛의 강약과 온도 그리고 감정의 변화 등에 따라 몸의 빛깔이 바꿉니다. 이처럼 아이도 커가면서 부모의 말의 강약과 말의 온도, 그리고 부모의 감정의 변화에 따라 같은 말과 행동의 옷을 입게 됩니다. 심지어 오랜 세월 같이 산 부부도 서로의 몸짓이나 표정이 닮아가는 것을 증명한 실험도 있습니다.
1987년에 미시간대학교의 심리학과 로버트 자이언츠(Robert Zajonc) 교수 연구팀은 ‘배우자의 외양언어의 수렴(Convergence in the Physical Appearance of Spouses)'이라는 논문을 동기와 정서 학회지에 발표했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부부가 처음 결혼했을 때와 25년 후에는 표정과 행동의 유사성이 증가한 것을 증명했습니다. 서로 살아가면서 반복적인 공감을 흉내 내면서 얼굴 근육 조직(facial muscles)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러워진 옷은 다시 빨아 입으면 되고, 엉킨 머리는 다시 감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상처 난 마음은 빨아도 빨아도 그림자가 남아 있습니다. 마음의 파도가 일고 절망의 사이렌이 울려도, 모든 것을 잠재울 수 있는 가족의 눈 맞춤과 공감의 언어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가장 강력한 생존무기입니다. 자신의 고통조차 다르게 굴절시켜 희망을 바라보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물 한 번 준 적이 없어도 잘 크는 꽃들은 시시때때로 내리는 행복빗물을 뼛속에 새겨놓기 때문에 뼈대 있는 꽃이 됩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표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장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트스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저서)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우리아이마음설명서(지식과 감성, 2018)
심리학 편지(지식과 감성, 2017)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가족사용설명서(지식과 감성,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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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자아에 사랑을 더하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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