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심리분석1] 슬의 인기비결과 조정석 '아로하' 음원차트 장악 비결 심리학이 답하다.
정말, 목요일이 즐겁다. 예전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왜? 악역이 없는 드라마인데 깊은 울림을 주니까. 우리나라에 악역 없는 드라마도 없었을뿐더러, 악역이 없이 시청률 성공은 드라마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나는 심리상담을 하면서 내담자들에게 나이에 따라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고 오라고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사람은 과거에 내가 어떻게 지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좋든 싫든 건강하게 되돌아보는 것 자체는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현재의 삶을 반추하는 능력을 생긴다. 이런 이유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인간으로서 유일하게 정서 회복에 도움을 주는 기법이다.
1회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5명의 주인공들은 극단적으로 사람중심적이다.
-이익준 역할인 조정석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자! 꼭 생명 살립시다!' 외친다. 이 모습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역할이다. 머리는 천재인데, 가슴은 더 천재다. 이래서 홀로 아들 키우는 장면이 더 짠하다.
-안정원 역할인 유연석은 병원이사장의 막내아들이지만, 절대로 티를 안 낸다. 아니 친구들까지 가난하다 생각할 정도로 털털하다. 돈을 쓸 줄 아는 유연석은 키다리 아저씨로 어려운 형편의 환자들에게 자신의 월급까지 사용해서 돕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분명 이런 분이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그래서 희망이다. 가정폭력범의 위협에도 아이들을 위해 신고한다. 당연하지만 힘든 일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아동학대예방교육을 가보면 많은 신고의무자들이 가해자들의 위협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신고가 정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김준완 역할인 정경호도 수술에 대해서는 환자 가족들에게 '걱정하지말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차가워보이지만 누구보다 환자를 아끼는 모습에 반전 매력을 매회 뿜뿜 중이다.
-양석형 역할인 김대명은 겉모습만으로도 사회성 제로의 연기를 보이지만, 누구보다 임산부들의 마음을 해아리는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 몇 회만에 주변 후배 의사들의 존경을 받는다.
-채송화 역할의 전미도는 그 바쁜 의사 스케쥴에도 캠핑하고 학회 가고 할 거 다 한다. 그냥 만능이다. 근데 제일 완벽한 모습은 타인의 어려움을 보면 물불가리지 않는 타입니다.
이런 다섯 명 중, 초반 김준환 역할인 정경호를 빼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환자에게 엄청난 친절과 격려의 말을 보여주는 환상의 의사들이다. 근데... 이런 의사의 태도가 실제로 환자들의 병이 치료되는데 도움이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서 2019년 심리학 실험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201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리 레보비츠 교수팀은 '의사의 친절한 태도가 치료에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76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피부반응 검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을 둘로 나눠서, 히스타민을 팔에 주입해서 피부가 가렵고 색깔이 붉은 모양을 만들었다. 이때, A 그룹에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실험을 계속 진행했고, B그룹은 "금방 알레르기 반응은 없어지고 가라앉을 것이다. 또 발진도 없어질 거다'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 실험 결과, 의사가 환자들에게 진료 진행 과정 중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치료를 한 그룹에 비해 격려의 말을 전하고 진료를 한 그룹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보였다. 격려와 진정시키는 말을 해준 그룹은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환자의 증상이 줄어들었다. 즉, 의사의 말 한마디와 따뜻한 격려의 태도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이전에도 같은 대학교인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로렌 호위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의사의 태도가 치료법에 영향을 미친 논문이 있었다. 로렌 호위 교수의 연구에서는 알레르기 반응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었는데, 실험 참가자를 둘로 나눠서 의사가 환자의 눈을 마주보면서 친절한 태도로 치료를 진행했고, 다른 그룹은 진료실에 있는 컴퓨터 스크린을 보면서 환자와 문진하고 진료를 보면서 모호한 말을 전했다.
이 두 그룹에게 항히스타민제라고 이야기 하며 향이 없는 핸드크림을 바르게 했다. 유효 성분이 없는데도 이 무향의 핸드크림을 바르고 알레르기 방응이 감소되었다. 문제는 의사의 기계처럼 딱딱하고 무뚝뚝한 말투와 대화를 받은 환자에게는 위약 크림 효과가 없었다. 이 실험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얼마나 부드럽고 유대감을 갖춰야 하는지 또 눈을 보며 소통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실험이었다.
다음에는 채송화 역할의 전미도처럼 여자의사에 대한 심리학 실험을 써보려고 한다. 생각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이는 홍일점인 전미도의 신경과에 대한 역할에 관심이 많다. 가장 핫한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채송화라는 인물이 가장 흥미롭게 와닫는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의사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드라마가 아니라 의사들이 치르는 치열한 병원생활을 환자들이 이해하고 일방적인 말만 전하는 환자들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_이재연(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현) 고려대학교 대학원 아동언어코칭전공 강의전담교수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전공 조교수
현)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