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드라마 심리분석5] 김희애를 괴롭히는 이학주, 그의 반복되는 폭력성<반사회적 성격장애>
이번에는 김희애를 괴롭히는 이학주가 연기하는 박인규 역할에 대한 심리분석을 하려고 한다.
먼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학주라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알게 된 것이 참 좋다. 물론 이학주는 이미 독립영화계의 강동원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2019년 '뺑반'에서 정채철 역할로 조정석이랑 같이 영화에 나왔었고, 2014년 '무뢰한'이라는 영화에서 성철 역할로 처음 데뵈를 했지만 그 이전에는 연극계에서 뭐 엄청난 연기를 했던 박인규다. 2014년도에 '12번째 보조사제'로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이랑 미쟝센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이 영화가 단편 영화라서 그랬지 사실 영화계에 최고의 화제였던 작품이고 이학주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띄었긴 했다. 아무튼 이런 이학주가 이번 '부부의 세계'에서 완전... 대놓고 나 나쁜놈이요~라며 연기를 하니까 많은 시청자들이 정말 뭐 이런 배우가 있었나 생각하겠지만 원래 연극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차근차근 연기파 배우로 올라온 사실을 알면, 이학주의 연기가 단순히 치를 떨게 만드는 역할을 맡은게 아니라 연기를 잘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이학주가 너무 연기를 잘 해주고 있는 박인규의 심리에 대해서 분석해보려고 한다.
우선 부부의 세계 드라마에서 박인규는 공시생이면서 백수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서 공무원 시험도 여러 차례 낙방하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없어지며서 성격이 거칠어지게 되었다. 집착과 의존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힘든 일은 하기 싫고, 미래가 불투명하던 차에 지선우라는 미끼가 그의 삶에 불나방처럼 들어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토요일(4월 25일) 10회차 방송분에서는 결극 자신의 여자 여자친구 민현서의 죽음을 맞게 하는 장본인으로 충격을 줬다. 내가 볼 때는 전체 10회 가운데 이학주가 쫒는 연기와 대화의 장면이 가장 긴장감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연기짱!
이렇게 늘 타인의 감정은 공감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성격의 사람을 심리학에서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한다.
오늘 이 반사회적 성격장애에 대해서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대화를 통해 알아보겠다.
흔히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는 용어와 관련이 깊은 성격장애를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고 한다.
"내가 누구 때문에 빵에 갔다 왔는데.(김희애에게 이학주가 한 말)"
"당장 이집에서 꺼져(분노의 표현)"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김희애가 인생을 망치기엔 젊잖아. 라는 말애 약간은 흔들리며 하는 말)"
타인과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지속적인게 아니라 가끔 충동적인 공격행동을 한다고 해서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반복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대인관계와 생활 자체에 큰 문제를 일으켜야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성격적인 문제와는 구분이 되는 기준이 바로 '반복'과 '대인관계 회복 불가'에 있다.
많은 범죄자들 중에 감정을 통제하거나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의 근본적인 원인도 바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있다. 공감이 없다보니 자신이 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책임감이라는 감정(죄책감) 자체를 가지지 못하다 보니 '반성'이라는 것을 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또 다시 반복적으로 폭력과 범법행위와 사회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된다.
교도소 수용자의 경우, 75%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는 보고가 있기도 하다.
이들의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많은 경우,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와 부모와의 애착형성과정에 문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폭력과 학대를 경험했던 아이들은 평생 불안함 속에서 온몸이 정신적 무질서의 한 가운데 서 있게 된다. 심리적인 무질서는 결국 신체적인 무질서로 이어진다. 정신이 흔들리면 감정도 흔들리고 행동도 기준을 잡지 못해서 흔들린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쉽게 심장 박동이 증가해서 빨리 뛰게 되고, 호흡도 이어서 빨라지고, 근육 전체가 긴장하게 된다. 이렇게 충동적인 몸의 상태를 늘 유지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모든 아픔을 나누기 위해 모든 것을 쏳아부으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생각과 판단을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반복하다보면, 뇌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고 변화가 된다. 정상적인 뇌의 전두엽(이마 부분) 부분은 원래 충동을 조절하고 상황을 판단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관제탑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전두엽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충동적인 행동이 많아지고, 비판적 판단과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했을 때, 전두엽 기능이 정상적인 일반인들에 비해서 기능 자체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공감 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편도체(amygdala) 부위의 기능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려서 너무 큰 고통과 두려움을 겪다보면, 자신의 고통이 최고로 아프고 세상에서 자신의 두려움이 제일 큰 것이라고 기준을 잡아버린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고통과 두려움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하고 둔감해진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상처에도 무뎌져서 실제로 상처가 나거나 자해를 하면서도 아무른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자신의 감정을 자극 시킬 수 있는 더 크고 강력한 자극을 찾아다니게 된다. 결국에는 성적인 문제, 도박문제, 약물 문제까지 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러한 더 큰 자극을 원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또한 어려서부터 상처받고 일그러진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아주 작은 말투와 분위기로 무시를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분노와 복수심을 그를 향해 폭팔하게 된다. 이것이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의 주된 감정이다.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현) 고려대학교 대학원 아동언어코칭전공 강의전담교수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전공 조교수
현)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