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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조현병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청소년심리학 본문
조현병은 원래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로 쓰였던 말입니다. 요즘 인터넷 뉴스에 자주 보이는 말이라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정신이 분열되었다는 부정적인 어감을 주기 때문에 2011년도에 조현병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영어로 조현병을 보면, Schizophrenia입니다. 조금 길죠? ^^ 단어에는 어원도 있고 접두어 접미어 뭐 이런 앞과 뒤에 붙은 단어들의 의미들이 제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눠서 분석을 해보면 더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Schizo라는 뜻은 찢어지다, 깨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phren이라는 뜻은 마음과 횡격막을 뜻합니다. 옛날에는 마음이 횡격막에 있다고 즉 심장 쪽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렇게 붙여진 것입니다. 제일 뒤에 있는 접미어로 ia는 병이나 증상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이렇게 단어들을 연결해보면, 찢어지고 깨진(schizo) phren(횡격막 또는 마음)이 지속되어 생긴 병(ia)을 조현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신체증상으로 보면, 횡경막이 찢어져서 병이 생긴 것이고, 정신증상으로 보면, 마음이 찢어져서 병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조현병을 심리적인 증상으로만 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흘러 현재 뇌과학이 발달되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뇌를 비롯한 온몸의 신체와 신경과 모든 생물학적인 질환을 명확하게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현병을 심리적인 증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뇌의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자로 보면, 조율하다는 뜻의 조와 줄을 뜻하는 현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줄을 조율해야 하는데 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을 조현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뇌에서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을 조절하고 조율하는 기능에 손상이 생기면서 병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조현병의 발병 원인으로는 단순한 심리적인 부분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유전적인 부분과 여러 다양한 원인들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조현병 증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양성 증상
2. 음성 증상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양성 증상은 뚜렷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음성 증상은 신체적 증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조현병은 초기 증상이 10대 중후반에 나타납니다. 즉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초기 증상이 있습니다. 20대 초반까지는 잠복기라고 해서 증상이 거의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다가 20대 중 후반에 본격적인 조현병 증상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걸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경우 이렇게 초기 - 잠복기 - 본격 증상 시기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런 조현병의 증상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바로 귀뚜라미에 관한 실험입니다. 사실 귀뚜라미는 자신의 다리와 꼬리를 비벼서 소리를 냅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존재합니다. 논이나 밭이나 이런 시골에 가보면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얼마나 크고 시끄러운지 다들 경험해 봤을 겁니다. 근데 이 소리를 귀뚜라미 자신은 들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비벼서 내는 소리는 귀뚜라미 스스로 차단하는 회로가 귀뚜라미의 머리 속에 존재합니다. 이걸 귀뚜라미의 수반 발사(Corollary Discharge)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비비는 행동의 정보가 머리로 올라오는 동시에 머리에서는 반대로 동시에 차단하는 정보를 내리면서 수용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corollary는 당연한 결과, 필연적인 결과라는 뜻이고, discharge는 어떤 장소나 직무에서 떠나는 것을 허락하다, 기체나 액체가 흐르고 방출되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수반발사로 인해서 귀뚜라미는 그 시끄러운 자신이 내는 소리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가 멀지 않은 것입니다. 청각적으로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회로가 귀뚜라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몸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차단하는 기능이 전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입니다. 다들 심장에 손을 얹어보시면 알 겁니다. 분명히 심장은 뜁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뛰는 심장의 뛰는 소리를 자기 자신이 매 순간 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심장이 뛰지 않아서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은 늘 뛰고 있지만, 우리 머리에서 그 소리를 차단하는 회로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하지만 신경 계통에 손상이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나 그 어떤 이유로든 일어나게 되고, 이 수반발사 회로가 손상을 입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소리가 들리게 되면 바로 '환청'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머릿속 회로에 이상이 생겨서 심장과 같은 장기 기관들의 신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뚜렷한 신체적 증상이 있는 것을 바로 '양성 증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양성 증상은 꼭 오랜 기간에 의해 생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짧은 기간에 큰 충격이나 스트레스로 인해서도 생깁니다. 이렇게 생기는 환청의 문제나 생각의 문제를 현실에서는 조금 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주변 가족들 중에 많은 경우, '귀신 들린 것 같다.' '그래서 굿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합니다. 사실은 이렇게 현실에서 반응하는 귀신이나 굿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긴 합니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조현병은 신경 계통의 손상으로 생기는 것이고, 자신의 감각을 걸러주는 뇌 회로에 손상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를 해야 올바른 것입니다.
그럼 증산 단계로 돌아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10대 중후반에 일어나는 조현병 초기 증상에는 감각들이 예민해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다가 자꾸 화장실에 물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고 하던가, 비오는 날 밖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자지 못하던가, 차 지나가는 소리에 흥분하는 경우, 또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경우에 뾰족구두를 신고 계단을 오르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이러다 보면, 하루 24시간 7일이라는 일주일 그리고 30일의 한 달 이러한 시간들이 모여서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신체의 온몸이 비정상적으로 바뀝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자극과 반응이 모여서 화나 분노로 변해서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주변 대인관계의 문제로 번져가게 됩니다. 주변 대인들의 자극이 소리든 눈빛이든 표정이든 그 자극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을 보이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초기 증상들이 모여서 잠복기를 거치게 되는 것입니다.
잠복기를 거치면서 양성 증상으로 만들어지는 시기를 겪게 됩니다.
1. 환청2. 망상3. 사고장애4. 분노조절장애 이러한 문제들은 주변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보면, '뭔가... 문제가 있구나!'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이러한 증상을 양성 증상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음성 증상은 양성 증상과 다릅니다.
1. 사람들에게 떨어져서 고립되게 됩니다. 2. 혼자 있는게 편하고, 공동체가 불편해집니다. 3. 타인과의 대화 자체가 두렵고 힘들고 불편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양성 증상이든 음성 증상이든 시간이 계속 지속되게 되면, 뇌의 기능이 크게 손상됩니다. 즉 인지 기능이 손상됩니다. 실제로 약물을 복용하면서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을 만나보면, 양성 증상의 경우에는 약물치료 효과가 정말 엄청 빠르고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증상이 확실하게 좋아집니다. 하지만 음성 증상으로 생각보다 약물 치료로도 빠른 호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것을 봤습니다. 의사도 그렇고 조현병 당사자도 정말... 힘들어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조현병 당사자는 힘들다는 감각 자체를 잃어버린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조현병은 주변 시각, 청각의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시작되는 병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신경 계통의 손상이 발생합니다. 환청이나 망상, 사고장애로 발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대인관계 자체가 불가능한 모습으로 갑니다. 그래서 결국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도 분리되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주변에 조현병이 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귀신이 들렸나... 이렇게 절대로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절대로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신체적으로 뇌라는 기관에서 자기 스스로 내부의 신호를 걸러내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혼란이 온 것이라고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상심리학이라는 과목을 학생 때 배우게 됩니다. 이 이상심리학의 근간이 되는 책이 바로 DSM이라는 정신병 진단을 하는 표준편람이 입니다. 지금은 DSM-5 버전까지 왔습니다. 즉 5번이나 새롭게 변화하면서 발전한 것입니다. 이 DSM-5를 기준으로 보면 조현병 진단기준이 6개월로 나옵니다.
6개월 이상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극도로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된 행동, 또는 음성 증상이 있을 때 조현병일고 진단을 한다고 나옵니다. 심지어 단 한 두 번 의사를 만났다고 '조현병'이라고 진단을 받지도 못합니다. 의사들도 여러 번 또는 여러 시간을 두가 당사자의 언어와 행동 등을 관찰하면서 진단을 하게 되는 병입니다.
그리고 많은 내담자들을 보면, 조현병 약을 먹게 되면 초반에 자꾸 잠을 많이 잔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이건 걱정을 할 부분이 아닙니다. 뇌가 각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수면을 통해서 각성된 뇌를 균형 있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산에 불이 난 상태에서 물을 막~~~ 뿌려주게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 물을 많이 뿌리게 되면 산 주변이 축축해지고 폭우가 내린 날처럼 기운이 없는 그런 분위기와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산불이 난 산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을 먼저 알아둬야 합니다. 그렇기에 뇌의 손상을 받은 부분을 약의 힘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수면을 도와주고 수면이 이전보다 많게 보일 정도로 많이 자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안정기로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절대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약에 대해 중독되거나 부작용'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부작용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사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경우에 우울증이든 불안증이든 대부분 초반에는 안정제와 관련된 약물을 투여 받게 되기 때문에 수면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셔야 합니다. 심지어 이렇게 수면이 길어지기 때문에 어지러움 증상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약 때문에 졸리고 어지러워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오해하십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시적인 증상이기도 하지만 진정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는 꼭 나타나야 하는 것입니다. 몸이 되살아나려고 하는 반응이기도 하기 때문이니다. 대부분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지나면 안정기가 옵니다. 그래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조현병에 대해서 가장 큰 오해가 바로 회복에 대한 기간이나 횟수입니다.
조현병은 절대로 한 번에 잘 낫지 않는 다는 것을 미리 인지해 두어야 합니다. 신경 자체의 문제는 약물을 통해서 생각보다 놀랍게 빠른 변화를 보여줍니다. 나머지 증상 이외에 변화되어야 할 생활 전반적인 변화와 대인관계의 변화는 뇌 전체의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일입니다. 뇌 자체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일인 만큼 최소 2년 이상의 노력을 하셔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할 것입니다. 사람마다 신체와 뇌의 기능이 전부 다릅니다. 그렇기에 회복되고 다시 악화되는 것도 다 다릅니다. 절대로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재연(고려대학교 대학원 아동코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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