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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심리학] 매일 시간을 흘립니다. 본문

한국상담학신문/가족심리학

[가족심리학] 매일 시간을 흘립니다.

느루독서심리연구센터(010-2788-3025) 2018. 9. 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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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하지 못하는 암호만 가득한 시간을 흘립니다. 주워 담지도 못하면서.. 눈길이 가닿아서 머물렀던 곳, 손길이 놓여 얹었던 곳, 생각이 말없이 쉬던 곳, 마음이 알몸으로 춤을 추며 즐기던 곳. 눈보라치듯 꽃잎이 날리는 가을에는 주워 담지 못한 시간에 그리움을 던지지 않길 바랍니다. 배려 없는 가족은 같이 살고 있는 동안에도 서로를 외롭게 만들고, 사랑의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북극보다 춥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어도 혼자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매일 눈뜨고 눈감는 것을 함께하지만 매일 이별하는 사이인 것입니다.

20년 넘게 '사랑과 결혼(love and marriage)'에 대해서 연구해 온 노스웨스턴 대학교 사회심리학 엘리 핑켈 교수는 켄터키 대학교 나단 드월(Nathan DeWall) 사회심리학 교수 등과 함께 2009년에 ‘자기통제력 실패와 가족(지인/연인) 폭력(Self-regulatory failure and intimate parter violence perpetr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알아보고자 했던 핵심은 '자기통제력(self-regulatory)'이었습니다. 심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연인에게 왜 화를 내고 폭력을 저지르게 되는지 그 중요 원인(important predictor)인자가 자기통제력에 있는지 테스트 했습니다. 실험에서는 936명의 참가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폭력적인 행동(violent behavior)을 보이는 참가자들의 일치하는 특성은 바로 낮은 자기통제력에 있었습니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참가자는 1.2회, 자기통제력이 낮은 참가자는 9.2회의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거의 9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실험 중에 기질에 따른 자기통제력(dispositional self-control)이 차이가 있다는 점이 있었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실험은 바로 ‘10초 후에 대답하기(responding after 10-s delay)' 실험이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화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서 한 그룹은 이야기를 듣고 바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 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그룹에게는 10초 후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 하게 했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0초라는 짧은 순간이 바로 대답하게 한 그룹보다 폭력적인 말이 절반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화나고 분노하게 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시간을 가진다면 스스로의 폭력성은 통제가 가능할 수 있는 가능성에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10초라는 짧은 시간이 심장에서 반응하는 감정을 뇌가 작용하는 이성으로 끌어 올리는데 힘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엘리 핑켈 교수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주간의 훈련 요법을 통해서 자기통제력을 경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지(self-regulatory resources were experimentally bolstered via a 2-week training regimen)실험했습니다. 결과는 효과가 분명이 있었습니다. 총 세 그룹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A그룹과 B그룹은 훈련 요법을 적용했고, C그룹만 아무런 훈련 요법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C그룹보다 훈련을 한 A그룹과 B그룹이 폭력을 통제능력이 높아졌습니다. A그룹은 신체적인 훈련으로 자신이 원래 쓰던 손의 반대편 손을 2주 동안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모든 상황 즉, 컴퓨터 작업과 물 마실 때 등 모든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손을 사용하도록 신체적인 훈련을 했습니다. 또 B그룹은 언어 훈련을 시켰습니다. 당연히 ‘I(나는)~’라고 시작하는 말을 바꾸고, 부정적인 말도 줄입니다. 특이한 것은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고 길고 정확하고 정성스럽게 말을 하도록 훈련했습니다.
 

신체적인 변화와 언어적인 변화 모두 폭력적인 상황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줄이는데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뼛속 깊게 박히고, 뇌까지 학습한 폭력성도 결국 역학습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늘 시간을 걷습니다. 생각계단에 앉아 시간이 흐르는 곡선에 시선을 멈춥니다. 불쑥 튀어나오는 낯선 생각을 만나도 경계하지 않습니다. 만날 힘이 없는 것입니다. 흐르고 흘러도 끈질기게 붙어버린 미련은 털어내고 눈길 손길을 따라 희망 한 자락 담아내길 바랍니다. 소망을 담기 위해서는 노력뿐만 아니라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기질까지 바꾸기는 어렵지만, 10초와 2주 훈련의 결과를 보더라도 좀 더 발전된 관계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2주간 성충으로 살기위해 4년을 흙속에서 애벌레로 살아가는 매미의 마음만큼, 올 해는 가을을 기다렸습니다. 여름 때문에 털어 내지 못했고 빨래하지 못한 생각과 마음을 가족 서로의 따뜻한 말과 행동을 표백제 삼아 빨아 널어보시길 바랍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표
행복한 심리상담연구소장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스트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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