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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내 감정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본문

한국상담학신문/가족심리학

타인에게 내 감정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느루독서심리연구센터(010-2788-3025) 2018. 12. 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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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담학신문(265-21-00636)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세상 모두가 행복해도 슬픔이 나를 감싸고 눈물로 온몸이 뒤범벅 될 수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 사이를 나비처럼 옮겨 다니면서 행복이 나인지 불행이 나인지 잊어버립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남남이 아니라 그냥 늘 시간 위에 서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받습니다. 타인들 틈에 섞여서 나를 잊어버리고 자유로운 익명의 나를 따라 이리 저리 출렁거리며 흔들리며 나의 목소리를 잊어버립니다.   


어려서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생각이 쥐고 놓지 않는 무게만큼 힘들기만 합니다. 쥐고 있는 송곳 같은 그 생각이 마음 한가운데로 정확히 꽃히는 날이면, 한동안 통증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슬픔을 맛보게 됩니다. 



2014년에 토론토 대학교의 사만다 조엘(Samantha Joel) 심리학과 교수, 예일대학교 리마 테퍼(Rimma Teper) 교수, 토론토 대학교의 조프 맥도날드(Geoff MacDonald) 교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간과함으로써 상대를 거부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과대 평가한다(People overestimate their willingness to reject potential romantic partners by overlooking their concern for other people)'라는 제목의 논문을 심리 과학에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거절(rejecting)'이 얼마나 마음처럼 쉽지 않은지 보여주었습니다. 머리는 거절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미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제안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상대의 외모든, 성격이든, 외부 혹은 내부의 어떠한 부분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맺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도 상대방과의 어떠한 형태로든 거절하지 못하고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됩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바로 '자기합리화(self-rationalization)' 때문입니다. 자아존중감과 자기합리화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것은 자신을 위로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기합리화는 자존감이 낮아서 나타나는 심리현상입니다. 쉽게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고,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는 것이 자기합리화입니다. 자신을 위로하고 존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반대로 자신을 숨기고 감추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자기합리화가 빠르다는 것은 늘 쉬운 선택을 반복한 습관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눈을 뜨고 타인을 바라보고,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느끼려는 것은 눈을 감고 자신을 바라보고 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것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자려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눈을 뜨고 생활을 하다보면, 세상에 '나'를 제외한 타인을 바라보고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을 인식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습관은 대인관계에서 내 생각을 말하려고 할 때, 나의 생각을 무시하고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보니 내가 나를 존중하기 보다,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 버립니다. 점점 나는 나를 무시하고, 남이 보는 나를 중요하게 여겨버립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남에게 보이는 웃는 척하는 나, 건강한 척하는 나, 좋아하는 척하는 나의 가면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부르짖는 울음에 얼마나 응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빼앗길 수 없는 내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세월에 눌리고 잠겨버린 자기합리화의 방에서 나와야 합니다. 매일 그 문을 열고 나와봐야 옆에 있는 자아존중감의 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눈을 뜨고 지내는 하루 중, 가끔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잠시라도 눈을 감고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이별은 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처럼, 매일 내가 나를 만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힘듭니다. TV 소리, 라디오 소리, 타인의 소리는 잠시 꺼두고 나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강의/상담 문의: 010-2788-3025, loving30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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