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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드라마 심리분석7] 김희애와 심은우 그들은 왜 나쁜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할까. <구원 환상, 가스라이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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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드라마 심리분석7] 김희애와 심은우 그들은 왜 나쁜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할까. <구원 환상, 가스라이팅>

느루독서심리연구센터(010-2788-3025) 2020. 5. 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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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에서는 이학주(박인규 역할)가 의문의 추락사를 하고 난 이후,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희애와 갈등을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그려졌습니다. 김희애와 이야기를 나누는 심은우(민현서 역할)의 대화를 잠깐 보고 이어서 심리분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왜 인규한테서 못 벗어났는지 아세요?"

"불쌍했거든요."

"나쁜 새끼고 최악이었지만, 그런 새끼가 불쌍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러다 여기까지 온거였어요."

"근데 어제 선생님 눈빛이 그랬어요."

 

이 대화를 살펴보면, 심은우 스스로가 자신의 폭력적인 남자 친구 이학주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쌍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온 거다.' 이러한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구원 환상 혹은 구조 환상(rescue fantasy)이라고 합니다. 구조 환상이라는 것은 상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게 커져서 그의 삶에서 자신이 유일한 구조자가 될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바람이 형성되는 심리를 말합니다. 

 

상대의 폭력과 폭언을 버티면서 상대가 받은 상처를 내가 감싸주고 도와주면 그가 변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속하면서 자기가 자신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상대가 느끼는 고통은 폭력성으로 더 강해질수록 내가 받는 고통도 커집니다. 즉 상대방은 자신이 보이는 폭력성에 내가 받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무뎌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상대방은 데이트 폭력의 모습을 갖춰가고, 나는 그 폭력성의 노예가 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면, '나는 저 사람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나는 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특별한 존재야.'라고 생각하는 '지나친 이상적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면서 나타나는 인정 욕구가 높아지게 되면서 두 가지의 감정이 뒤섞여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상대가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그를 떠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가 안쓰럽다는 마음은 내가 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해서 짜증 난다는 스스로의 열등감인 것입니다.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심리상태인 것입니다. 

 

1995년에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클라우스 피들러(Klaus Fiedler) 박사 연구팀이 '친숙도, 친밀도(familiarity)'가 오히려 대인관계의 이성적인 모습과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행위-관찰자 편견: 자기 지식과 자기 관련 언어의 역할(Actor-Observer Bias in Close Relationships: The Role of Self-Knowledge and Self-Related Language)'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두 사람의 타인이 동일한 행동을 해도 얼마나 친숙하냐에 따라 다르게 그 행동을 해석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즉 자신과 가깝고 친한 사람의 행동은 추상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받아들였습니다. 덜 객관적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한 관계였다가 둘이 연인관계가 되면 상대의 행동에 대해서 객관적인 모습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친밀하지 않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심지어 상대방에 대한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보통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퍼주는 엄마는 자식의 모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용납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자신이 잘못 기른 거라며 스스로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타인과 나의 관계(relation)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인 것입니다. '원래 저 아이가 저렇지 않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라면서 자식을 변화시키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에 대해서 구조 환상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남자 친구 여자 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이 데이트 폭력 속에서 자신의 구조 환상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만큼 저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그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헌신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 이외에 존재하지 않을 거다. 이런 식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면서 더 깊은 늪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9회에서 이학주가 심은우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학주: 너 내가 아직도 그렇게 밉냐? 냐 너 원망 안 했어. 많이 보고 싶었어. 현서야 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심은우: 걱정했었어. 미안하고. 

이학주: 우리 다시 잘해보면 안 될까? 너 힘들게 안 해. 절대로. 

심은우: 우리한테 미래가 있어?

 

이 대화를 보면, 심은우는 구조 환상의 심리인 것이 보이고, 이학주의 경우에는 가스 라이팅 효과를 계속해서 전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스라이팅 효과(gaslighting effect)는 이전에 설명한 적이 있지만, 간단하게 다시 설명해보겠습니다. 보통 연인관계나,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 혹은 또래 관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정서 폭력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현상입니다. 즉 상대의 심리나 상황을 이리저리로 조작하고 통제하면서 현실감각과 판단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정서 폭력입니다. 이학주의 경우 심은우가 마음이 약한 것을 알고 집요하게 묻습니다. '나 안 보고 싶었냐', '나는 너 보고 싶었는데.'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계속 주입합니다. 이런 말을 듣는 심은우 입장에서는 객관성을 놓아버리고 무의식적으로 이학주의 입장으로 가서 생각게 되면서 또다시 감정이 끌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학주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신체적 폭력과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고, 오직 사랑하고 있는 관계라는 껍데기만 붙들고 떨고 있는 자신만 존재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이학주는 올쿠나! 하면서 이번에도 심은우의 마음을 조종하고 통제했다고 여기면서 좋아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심은우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김희애가 다가가서 심은우를 도와주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희애조차 아들에게 가스 라이팅을 시도하고,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구원 환상'과 '가스 라이팅 효과'에 빠지지 않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부부상담을 하면서 드라마보다 더 아픈 상황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부부 문제도 사람이 사람의 존재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물건처럼 대하는 것에서 정서적 문제는 시작됩니다. 그 대상이 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정신을 갉아먹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 감정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순간 모든 대인관계는 무너지게 됩니다.  

 

막장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악역이 나오지 않는 응답하라 시리즈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드라마를 추천도 하고 즐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 '부부의 세계' 같은 경우에는 현실 부부들과 연인들에게 감정적 조절과 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게 이렇게 심리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드라마 심리분석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 한 의미 있는 드라마가 있으면 계속해서 심리분석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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