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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담학신문/가족심리학

[행복심리학]가슴 깊은 곳에 봉우리 하나가 툭하고 열리면...

느루독서심리연구센터(010-2788-3025) 2018. 3. 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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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기지개를 펴는 자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합니다. 온몸에 무지개를 그려놓은 꽃입처럼, 눈과 마음에도 봄을 새겨서 겨울을 끌어안고 있던 나를 깨워야 합니다. 착박한 바위에도 뿌리를 내린 생명들처럼, 절망과 우울이 넘쳐나는 상황속에서도 뭔지 모를 묵지근한 느낌의 의지를 맞이해야 합니다. 여전히 마음속은 전쟁터가 진행중이지만, 슬픔이나 고통이 마음에 박제되지 않도록 행복했던 순간을 스스로에게 사이렌 경보음처럼 낱낱이 울려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봄에는 뭐니뭐니해도 얼굴 가득한 미소가 이곳저곳에서 한 없이 피어내는 꽃보다 화사합니다.


1998년에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다니엘 시몬스(Daniel J. Simons) 교수와 켄트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다니엘 레빈(Daniel T. Levin) 교수는 '실제 소통 중에 사람들의 변화 감지에 대한 실패(Failure to detect changes to people during a real-world interaction)'라는 논문을 심리작용학회보 및 리뷰(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에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재밌는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자는 보행자와 대화를 시작하고 대화를 하는 동안 큰 그림을 옮기면서 순식간에 다른 실험자로 교체를 합니다. 이 실험에서 보행자의 절반이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눈앞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도 못알아 본 것입니다. 이것을 시몬스와 레빈 교수는 '변화 실명 혹은 변화맹(change blindness)'이라고 했습니다. 변화맹은 타인의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의 뇌는 타인의 무변화와 변화의 간격에서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냥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래야 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불필요한 것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은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변화에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아들과 딸은 자신들의 생각의 변화까지도 부모가 읽어서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또 부부도 서로의 작은 변화를 서로가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신발을 새로 사서 신자마자 "나 괜찮아?"를 입에 달고 하루 종일 묻게 됩니다. 아내가 미용실을 다녀오는 날에는 온 가족이 퀴즈 맞추듯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하지만 상태의 변화를 훤히 다 알거나 알아차리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함부로 지울 상처는 없지만 그렇다고 녹여버리지 못할 미움도 없습니다. 세상세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의존하기보다 나 스스로의 가슴 깊은 곳에 봉우리 하나가 툭하고 열리면 피어나는 꽃을 보며 미소도 같이 피우면 그만입니다.

내가 피워낸 나의 미소를 보며 가족도 미소짓게 됩니다. 남편이 또는 아내가 먼저 미소를 주지 않아서 웃고 싶지도 않다는 말은 뒤로 미뤄둬야 합니다. 한 번의 미소가 모이고 모여서 마음 깊은 곳까지 채색을 마치면 눈길 닿는 곳마다 수시로 봄이 다가오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투영 효과'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타인에게 돌리려는 본능인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고 불안해 하는 모습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너도 거짓말하잖아!'라며 스스로의 죄책감을 덜어내고, 나의 잘못을 수정하기 보다는 남도 잘못을 하니까 괜찮다는 식의 합리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니가 웃지 않으니까 나도 안 웃는 거야!'라는 말은 결국 스스로의 우울을 합리화하는 과정입니다. 미련 없이 눈물을 새겨놓은 곳에서 일어나 영원히 지지 않는 미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written by 이재연 교육학 박사(상담학전공)
한국상담학신문 대대표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슈 인 심리학' 칼럼니스트
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전)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저서)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우리아이마음설명서(지식과 감성,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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