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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도 고집스럽게 김호중을 응원할 겁니다. 9 본문

한국상담학신문/음악심리학

저는 앞으로도 고집스럽게 김호중을 응원할 겁니다. 9

느루독서심리연구센터(010-2788-3025) 2020. 6. 1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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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응원해야지...'라는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 바로 천상재회를 부를 때였습니다.

난생처음 본 얼룩무늬 나비의 날갯짓을 보며 잠시 행복에 젖었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김호중이 오랜 기간 접고 꺾였던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 또다시 강압적으로 꺾으려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천상재회를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이 받은 감동에 비해 느닷없이 마스터들의 입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온 순간, 김호중을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심은 행동으로 실천하게 만들었습니다.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감동받은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또 팬카페에 가입을 해서 김호중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든든한 활주로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요?

시청자들과 마스터들의 '의미' 자체가 달랐던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고집스러움'을 설명할 때, '스트룹 효과(stroop effect)'를 이야기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과 불일치하는 생각이 들려올 때 머뭇거리고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원래 노란색(yellow)은 노란색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글자 의미는 노란색인데 색깔이 빨간색 yellow면, 엇박자가 납니다. 이처럼 의미와 색깔이 다르면, 즉각적으로 찾아내거나 반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 '스트룹 효과'라고 합니다.

이처럼 김호중이 불렀던 천상재회를 들었던 모든 시청자와 팬들에게는 '감동'이라는 색깔이었지만, 마스터들은 '긴장했다, 떨었다'라며 다른 색깔을 이야기했습니다.

받아들일 수도 없었고, 인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김호중의 날개를 꺾으려 한다'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별의별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는 정해져 있는 건가?
소속사가 없으면 정민 순위에서 밀려야 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천상재회 이후 마스터들의 작은 반응들에도 반감이 들었습니다. 표정, 말투, 단어 선택 등 작은 것들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저에게는 고집스러움이 생겼습니다.

고집이라는 의미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고집의 한자 뜻을 보면, 고는 단단하다, 굳어지다는 뜻이 있지만 '가두다, 감금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집이라는 글자는 잡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의미를 살펴보면, 고집이라는 단어는 가두고 감금시켜서, 잡아두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제 머리와 마음속에는 김호중을 넣어서 다른 무언가가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노래를 찾아듣고 방송을 기다려 봅니다. 그래서 저는 김호중에 대해서 만큼은 고집스러움이 생겼습니다.

이러다 보니 마음속에 자신의 생각을 겹겹이 쌓아두고, 누르고 눌러서 딱딱하게 굳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마음속 공간에는 마스터들의 비판하는 소리가 들어올 여유 공간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8년 4월 '고집스러움을 꺾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심리'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교 마이클 길리아드 교수팀은 사회 이슈에 대해 88개의 문장을 만들어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제시를 했습니다.

예를 들면, 'sns는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sns는 사람을 사교적인 모습을 가지도록 도와준다.'이런 문장들이었습니다.

문법에 오류가 있는 것과 없는 문장들을 섞어서 참가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88개 문장에서 문법적 오류가 있는 문장과 없는 문장을 구분해 내는 것이 테스트였습니다.

실험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요?

실험 결과, 올바른 문장을 보고 문법적 오류가 없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찾아내려면, 참가자가 그 문장이 의미하는 것에 동의할 때 빠르게 찾아냈습니다.

문장이 제시하는 의미와 그 문장을 읽는 나(I)의 생각이 일치해야 반응도 즉각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고수는 맛있다(○, ×)'
'고수는 역겹다(○, ×)'

이런 질문에도 긍정 답변이 부정 답변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긍정 답변은 인지적인 확인 작업이 필요 없지만, 일치하지 않는 문장을 읽을 때는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답변하는데 시간이 지연되는 것입니다.

이 실험 결과, 자신의 생각과 의견에 일치하는 모든 것에 즉각적이고 무비판적으로 반응을 하면서 더더욱 하나의 생각에 빠져서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고집스러움'이라고 합니다

저는 더더욱 김호중의 노래든, 김호중의 삶에서 비판을 하거나 확인 없는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집스러움이 생겼습니다.

몸과 마음이 감동할 때마다 물 밖으로 나가고 싶어 튀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글을 통해 새어나갈 겁니다. 사랑도 예정된 순서에 따라 그런 힘에 의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김호중이 울지 않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힘들고 아프고 슬퍼도 그 또한 지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초조해 하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아리스가 곁을 지키면 좋겠습니다.

by 이재연(고려대학교 대학원 아동학습상담전공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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