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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발라드 '살았소', 그의 진한 음성을 느끼다.(28번째 칼럼) 본문
대학원 강의가 마무리가 되면서 시간을 얻었다. 다시 이전처럼 마음껏 칼럼을 써보려 한다. 이리저리 강의에 휩쓸려 정신없이 지나다 보니 생각과 마음 어딘가에 생채기가 남아 있다. 나는 어김없이 김호중의 노래로 치유의 시간을 가진다. 이젠 방송에서 보기 어렵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힘들었던 마음을 치유하기에 가장 좋은 처방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종이 위에 써보는 방법이 좋다. 나에게는...
오늘은 지난 9월 10일에 발표된 '살았소'의 가사를 생각해보려 한다.
살다 보면 많이 힘들고 아플 때가 있어 긴 터널을 지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그래 시간 지나 다 알게 될 거야 진정으로 살아왔으니 말을 하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아도 곁에서 나를 항상 지켜준 당신 살았소 살았소 나 당신을 위해서 살겠소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감사하오 주저앉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변함없이 날 웃게 해준 당신 살았소 살았소 나 당신을 위해서 살겠소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서 몰랐소 몰랐소 당신도 힘들었다는 걸 이제는 나 이제는 당신을 위해서 살겠소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서 감사해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서 내가 살았소 |
살았소는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의미다. '삶'의 어원은 '사이', '살다', '사람'이다. 즉 이 노래의 제목만으로도 김호중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가사에서 '긴 터널을 지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가사에 눈길과 귀가 멈춘다. 힘든 삶도 어려운 일도 결국 끝이 막혀 있는 동굴이 아니라 언젠가는 잊히고 지나가는 터널이라는 것. 이 가사를 듣고 또 듣다 보면, 쌓였던 우울이 씻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품게 된다.
작년 3월에 미국 유타대학교 그레고쥬 불라이 교수팀은 신경학회지 'Frontiers in Neurology'에 '통증 및 간질의 동물 모델에서 음악 강화 진통 및 항 발작 활동: 디지털 치료법의 개발 및 의약품과의 조합을 지원하는 전임상 연구를 위해(Music-Enhanced Analgesia and Antiseizure Activities in Animal Models of Pain and Epilepsy: Toward Preclinical Studies Supporting Development of Digital Therapeutics and Their Combinations With Pharmaceutical Drugs)'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는 실험쥐 8마리에게 꾸준히 소염 진통제인 이부프로펜 25밀리그램을 투여하면서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었다. 잔잔한 곡 위주로 리스트를 짜서 들려주었다. 이 연구의 결과 놀랍게도 음악을 듣지 않고 진통제만 투여받은 쥐들의 염증은 70% 줄었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진통제를 투여받은 쥐들의 염증은 93%까지 감소했다.
이 연구처럼, 분명히 과학적으로도 음악은 진통제 효과가 있다. 진통제 약의 효과를 높여주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에게는 음악을 많이 들으면 진통제 복용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 힘들고 지칠 때 시선의 끝에는 김호중의 노래가 있다. 그의 음악이 내준 편안함 덕분에 삶을 살아가는 길 위에서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마음이 충만해진다.
갈등의 불을 끄고 아늑함의 옷깃을 잡기 위해 오늘도 그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by 이재연(고려대학교 대학원 아동코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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