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선택장애와 결정장애

이 글은 한국상담학신문(265-21-00636)에서 발행하는 글입니다. 

1. 선택장애 결정장애 심리학

'선택장애'와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그 정도가 심한 것을 뜻하는 이 말은 우리가 얼마나 매사에 선택해야할 순간이 많은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결정하는 아주 사소한 순간부터 예비 대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거나, 내가 살아가야 할 집을 선택하는 일까지 한 사람의 삶은 선택이 끊임이 없습니다.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항상 '이 판단이 맞을까?' 또는 '후회 없는 선택이 맞을까?'라는 질문에 휩싸이곤 합니다. 

2. 선택장애 결정장애 심리학

1952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스와스모어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문 애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conformity experiment)을 통해 우리는 그 질문들을 되집어 볼 수 있습니다. 애쉬의 실험에서 실제 실험 참가자는 단 한 명입니다. 실험 참가자는 함께 실험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참가자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한 명을 제외한 모두는 실험 보조자입니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간단한 문제에 대해서 보조자들이 먼저 대답하고 마지막에 참가자가 대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보조자들이 정답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다 같이 오답임이 명확한 대답을 하기 시작합니다. 참가자는 보조자들과 같이 오답을 말하게 됩니다. 

실험 이후의 인터뷰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지 또는 자신의 시력이 나빠진 것인지 의심했다고 대답했으며 보조자들의 대답이 자신의 대답에 영향을 끼쳤다거나 자신을 제외한 보조자들 전체가 틀렸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참가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3. 선택장애 결정장애 심리학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동조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을 일치시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인 안전을 추구하는 생존의 현상인 것입니다. 집단으로부터 수용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말로 대답하지 않고 글로 적어서 자신만이 자기가 쓴 정답을 볼 수 있었을 때, 앞서 오답을 말했던 참가자들은 모두 정답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즉, 자신의 의견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았을 때, 오롯한 개인의 판단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집단 지성의 힘을 빌려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옳다고 믿는 것은 내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거나 내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4. 선택장애 결정장애 심리학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선택지 앞에서 자주 휩싸이게 하는 질문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선택의 앞에 선 자기 자신을 얼마나 연약하게 바라보고 있는 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내가 정말 바라지 않아서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말할 때 통념적으로 '후회할 행동'이라고 정해놓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우리는 어려운 선택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애쉬의 동조 실험에서 우리는 단 하나를 헌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떠안게 되는 위험부담을 집단에게 미루게 되는 것 또한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에게 주어진 직감을 믿는 것과 과거를 과거로 두는 태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긍정성이 필요합니다. 

5. 선택장애 결정장애 심리학

위험부담과 후회 또한 내가 만들어낸 감정입니다.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모든 선택지에서 후회와 부담에 발을 묶게 된다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잘못된 선택지를 보기보다는 행운처럼 찾아올 선택지들을 기다리고, 기억하며 더 많은 선택을 기대할 수 있다면 선택하는 일은 더 이상 어렵고 부담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선택과 결정은 나를 작고 연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만큼 힘이 있고 내 인생을 내가 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속한 사회로부터 배우거나 참고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선택하여 내가 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함이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마다 도와줄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선택이자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선택지입니다. 

-한국상담학신문-

건강한 가족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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